돌려돌려 화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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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참 많은 <당연한> 것들이 있습니다.

해가 뜨면 낮이 되고 해가 지면 밤이 되는 것처럼,

기쁘면 웃음이 나고 슬프면 눈물이 나는 것처럼,

또 비가 오면 언젠가 마르고, 눈이 내리면 언젠가 녹는 것처럼.

 

그런데 너무나도 당연해서 우리가 당연하다는 것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내가 <나>라는 당연함.

 

우리는 과연 언제부터 <나>였던 걸까요.

잠시 우리가 세상에 태어났던 그때로 돌아가 봅시다.

그때의 우리는 내가 <나>인 것을 알고 있었을까요?

 

(내가 <나>인 것을 알고 있을까요?)


내가 <나>라는 감각, 일명 <자아>를 형성하는 그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존재합니다만,

일반적으로 <나>와 <내가 아닌 너>를 구분할 수 있게 되는 <대상의 인식> 단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나>와 <내가 아닌 너>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은, 다시 말해 환상과 현실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갓 태어난 우리가 스스로를 <나>라고 느끼기 어려운 것처럼, 내가 머무는 지금 이곳이 현실의 세상인지, 상상 속의 세계인지, 혹은 꿈인지를 그때의 우리는 차마 알기 어렵습니다.

 

(대상의 인식 첫단계, 엄마)

 

환상과 현실의 경계가 없는 뒤죽박죽의 세상을 살고 있던 우리는 <엄마>라는 환경을 만나 그곳이 제공해주는 풍족함과 안전함을 점차 피부로 체감하게 됩니다.

 

풍족함과 안전함이 제공되는 환경 속에서, 대체 이 좋은 것들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하기 시작한 갓난 우리는 자기의 손과 입술, 코, 그리고 눈을 통해 아름아름 그 정체를 파악해나가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비로소 그것이 <나>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것을 문득 알아차리는 순간, 우리의 환상과 현실에 대한 경계 또한 어렴풋이 자리 잡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무언가 있다>는 대상에 대한 감각, 이 현실에 대한 감각이 눈을 뜨는 순간을 심리학에선 <심리적 탄생>이라 부르곤 합니다.

 

알고 보면 우린 세상에 두 번 태어난 셈이지요.

(깨달음)


 

어떤가요. 내가 <나>라는 당연함이 이제는 제법 당연하지만은 않죠?

 

어쩌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들은 저마다 당연하지 않은 이유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치는 가족들, 당신의 친구들, 혹은 동료들, 심지어 언제나 당신을 반겨주는 강아지까지. 그들은 각자의 당연하지 않은 역사를 품은 체 우리 곁에 있으며, 이것은 당신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당신에게 찾아오는 슬픔과 아픔, 실패와 좌절들이 지금 당신의 모습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도록 허락하지 마세요.

 

당신이 지금, 여기에 오기까지 걸어온 수많은 발걸음이, 수많은 만남들이, 수많은 성취들이 그것은 당연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당연하지 않은 것을 당연하게 여길 때, 그것은 훗날 당연하지 않은 것으로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옵니다.

 

그것은 가끔 되돌릴 수 없는 상처나 이별을 물고 오기도 하죠. 물론 우리의 건강도 예외는 아닙니다.

 

늘 거기 있기에, 늘 그래 왔기에 당연한 것들로부터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지금부터는 조금은 겸손한 눈으로 내 주변을 바라보면 어떨까요?

 

내가 <나>인 것조차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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